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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핑,여행,나들이

마침내 꿈꾸는 타자기.

 

서울시립대에서 대학미식축구 서울지역 결승전이 있었던 일요일 오후

'내게서 너무 먼 그곳'에 마침내 다녀왔다.

 

 

<꿈꾸는 타자기>

 

 

 

먼저 내 시선을 꽉 움켜진 이 아이...

꿈이.

스크래처에 앉아 턱을 괴며 마치 "이왕이면 근사하게 자알 찍어봐~" 이러는 것 같다.

너, 사진으로 봤을 때는 우리 나비랑 비슷한 줄 알았는데 외모도 느낌도 다르구나.

 

 

 

캣닢....

이제 막 자라 잎이 송송 올라오고 있다.

꿈아~ 너 캣닢 좋아해? 우리 나비는 별루인 것 같아...우리 나비는 대나무잎을 더 좋아해~

 

 

꿈아...

너 코에 흰 삼각점 있는 거 알아? 

 

암만해도...꿈이는 자기는 사진 찍히고 있으며

곧 그 사진이 어느 블로그에 포스팅 될 것을 아는 듯 싶다...

 

 

 

쌍화차 후원차 중, 사과차와 자몽차를 주문한다.

아....감동적인 차다. 플레이팅 역시.

얼마나 정성스러운지....이 카페 사장님이 방문자들을 얼마나 아끼는지....알 수 있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인사라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이 카페 사장님만큼 나도 부끄러움이 많은지라....^^

부끄

 

 

 

 

베이글은 카페에서 직접 구운 거라고 말해주니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

차를 보고 오른손 엄지를 세우더니, 베이글이 나오자 왼손 엄지까지 마저 세운다.

 

 

 남김없이 다 마시고, 건더기까지 모두모두 다 먹는다.

새콤쌉싸름한 자몽맛이 참 좋다. 식신왕림했다고 놀라든 비웃든 모르겠다.

원래 이렇게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말끔히 먹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우겨본다.

 

 

 

실내가 너무 조용해서 기가 죽는다.

다 책만 보고...공부하고...

남편과 나는 숨소리를 죽였다. 흐읍~

 끝내 숨이 차올라 가슴이 쿵쿵거릴 때 쯤에 자리가 난 테라스(라고 해도 되나?)로 잽싸게 나갔다.

밖에서 유리문을 통해 본 실내...

 

 

주택을 개조한 건물의 2층에 있는 꿈꾸는 타자기.

밖에서 본 주방은 마치 저녁밥상을 차리는 가정집의 모습이다.

 

 

 

팟캐스트 낭독코너에서 들고온 <미각의 제국>을 아마도 다 읽고 갈 듯이 입을 꾹 닫고 있는 남편.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부산스러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이런다.

"당신, 왜 매운맛에 중독되는 줄 아나?"

"...몰라."

"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통증인데 그걸 치유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엔돌핀이 나오는데 그걸 기억했다가 다시 찾는 거라네..."

책에 그렇게 쓰여 있나보다.

 

 

카페 입구의 신간코너.

꺼내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나는 카페 구경이 우선이라 책은 제목만 휘 스쳐본다.

 

 

스르륵 다가왔다가 계단을 내려가 1층 차 밑으로 들어가는 꿈이를 바라보다가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분과 시선이 마주쳤는데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주인장포스!

 

시선이 꿈이에게서 떨어져나와 그 남자를 쫓아가니 역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꿈타장!

 

 

 

그리고

나타난 꼬맹이. 너 초파구나^^

 

 

아팠다더니 이젠 괜찮은가 보다.

우리 자리로 와서 빠꼼히 나를 쳐다보더니 한참동안 세수를 하고 가버린다.

그러고보니 이 아이들은 울지 않는구나.

손님들에게 징징거리지 말라고 단단히 교육이라도 받은 걸까...

 

 

 

초파가 이리저리 다니는 것을 보다가

자고 있는 꿈이 발견!

 

 

 우리 나비는 가끔 잠꼬대를 한다.

으냐앙~끄냐앙~하기도 하고 앞발을 꿈지락 거리며 몸을 떨기도 하고...

사냥을 하는건지...연애를 거는건지...

 

꿈아. 너두 꿈꿔? 너는 무슨 꿈으로 꿔?

 

 

 

 

 그래도 북카페에 왔으니 단편이라도...

하면서 꺼낸 책이 <이상문학상작품집> 그 중 대상작인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

서서 후다닥 읽었다.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안 생겼다.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여전히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여보, 당신 월급으로 월세 내면서 이런 북카페 하나 하면 좋겠다."

농담인 줄 알면서 일부러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남편이

"꿈타장 사인 받아와!" 이런다.

"팟캐스트 잘 듣고 있어요~"이 말도 하란다.

 

 

 

주차장은 2대주차 공간인데 3시간 가능하다.

일요일은 1층 중국집이 휴무이고 주택가가 시작되는 골목이라 길가에 댈 수 있다.

 

 

12:00에 문 열고 23:00에 문 닫아요~

주말 브런치는 안하는 구나.

"너무 멀어서 또 오겠어?" 그러자 남편이

"또 올 일 있겠지..." 한다.

우리 동네에 이같은 아니 따라가지도 못할테지만 이 비슷한 카페가 생기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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