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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핑,여행,나들이

얼떨결에 당진 여행

 새벽 여섯시.

낚시배에 올라야하는 남편은 용무치항에 나를 두고 황급히 방파제를 걸어갔다.

 

음...어디로 가나...하는 고민은 잠시 물러야겠다.

눈 앞에 보이는 자갈해변위로 들락말락하는 파도가 소근거렸다.

나 좀 봐~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푸른 하늘과

그 빛을 그대로 품은 구름과 바다. 그 아스라한 푸른색은 바다새의 깃털에도 구석구석 묻어있다.

 

어쩜...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이 산발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당진이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때가 지금이 아닐까.

 

용무치항 주변의 식당과 펜션.

 

화장실. 무척 깨끗하다.

 

 

남편일행을 태운 배가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갔다.

파이팅

 

 

우선, 잠을 보충해야겠다.

3G도 잘 잡히지 않는 이곳, 겨우 검색으로 찾아낸 찜질방.

초락도황토약쑥찜질방을 네비로 찾아보았다.

10km, 약 15분거리다.

 

 

초락도...아마 이전엔 섬이었는데 제방설치로 연육이 된 모양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참으로 맑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왜목마을을 지나온 듯.

 

 

길가에 단정한 꽃밭이 있고 쉬어가는 벤치가 있는 것이 도보여행객들이 더러 있을 법하다.

 

낡고 소박하지만 반가운 정자와 구름다리도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이길....한 번 걸어보고 싶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 마을의 하늘은 깊은 가을이라 말하듯 맑고 푸르렀다.

 

해가 뜬다.

아~~ 낯선 곳에서 나는 무장해제 되었다.

 

여기 당진의 이 길에선 방향감각을 놓친다.

사방이 어떻게 나뉘어지는지, 분명 서쪽이라 예상했던 저곳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저쪽이 용무치항쪽이었던 것 같은데....

후에 지도로 확인해보니 용무치가 북쪽을 향해 툭 튀어나온 모양이라 방향체계가 무너진 것 같다.

 

 

 

초락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토요일 아침 7시. 국도는 조용하다. 좁은 갓길이지만 내키는 곳마다 차를 대고 사진을 찍어본다.

 

 

초락도찜질방까지 1.4km

 

초락마을. 농촌체험농가 안내표지다.

고사리도 캐고, 옛날식으로 된장도 담는 체험을 하나보다.

내친김에 검색.

http://www.chorak.kr/goods.php?pageNum=2

초락마을 사이트가 있다. 마을장터에서 직접 담은 장류와 나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오호~~

 

 푸레기마을....

푸레기....지푸라기가 변형된 말로 당진의 최서북단의 섬마을이었다고 한다.

풀잎 하나가 떨어져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푸레기마을......예쁜 이름이다.

 

아항. 초락도!

풀초 떨어질락 섬도

이런 조합이었어???

대답해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곳으로 농어촌 복합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초락도 약쑥찜질방은 이곳 푸레기마을에 있다.

 

기대보다 휑~~하다.

황토+약쑥 이런 제목에 어울리게 초가지붕 황토벽에 주렁주렁 약쑥더미가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찜질방 소개. 

 

 

마을에서 짓고 운영하는 찜질방이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없으면 문을 걸어두고 밥 먹으러 가기도 한다.

도착했을 때 문이 철컥 잠겨 있어 어찌나 황망하던지..

입구에 내다 놓은 젖은 쑥을 보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밥 먹는 중이라고 금세 올라가겠노라 하셨다.ㅋㅋㅋ

041-353-3968

 

영업시간도 어찌나 탄력적인지

손님이 있으면  언제나 개방. 없으면~~~~?

 

만약 하루 묵어갈라치면 손님더러 집 봐달라고 하고 주인장님은 퇴근하실 듯...ㅋㅋㅋ

 

 

 쑥차 뜨끈하게 마시면서 찜질하면 땀이 쭉쭉 난다.

향은 은은한데 맛은 약간 쌉싸름할 뿐 밍밍했다. 약이다~~생각하고 호호 불어가며 마셨다.

 

 

역시 쑥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쑥내음이 물씬 났다.

 

 

찜질방은 두 곳인데

막 전원을 켜서 우웅~~~따끄락따끄락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ㅋㅋㅋ

그래도 금방 뜨끈뜨끈해졌다.

 

그닥 크지 않지만 손님도 많지 않아서 불편하진 않았다.

혼자 있다보니  우웅~~따끄락소리에 화들짝 놀래며 혹시 보일러가 터지는 일 따위는 없겠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조금 지나면 소리도 잦아지고

땀이 슝슝 솟아나면서 쑥내도 깊이 들이마실 여유가 생겼다.

 

약쑥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래 요상한 모양의 쑥뜸은 좌욕용이다. 

 

 

ㅋㅋㅋ 설명서를 읽으면서 남편이 만들어낼 요상한 자세가 떠올라 킥킥 웃었다.

ㅋㅋㅋ

 

그런데 좀 구미가 당긴다. 살까 말까....

가격 10,000원. 싸다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물어보고 한 통 사서 테스트를 해 볼까한다.

판매사이트 http://www.sshn.co.kr/product01.html

 

 

찜질방에서 잠을 채우고 땀을 빼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손님이 하나둘 들기 시작했다.

자꾸만 몸이 바닥으로 늘어져서 그냥 저녁까지 여기서 뒹굴까 하다가

아까 지나온 마을길이 떠올라 시골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발작같이 일어났다.

후다닥 정리하고 11시쯤 나섰다.

 

초락마을 입구.

 

차 한대 딱 지나갈 너비의 길이었다.

들어섰다가 나오는 차와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한 손은 휠에 올리고 한 손은 조수석 목받이에 걸고 허리를 한껏 뒤로 틀어 후진하는 섹시포즈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

아니면 앉은키를 쭈욱 늘이며 왼쪽 앞바퀴를 길가장자리 끝으로 대다가 김여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

그렇다고 차를 입구에 대고 걸어가기엔 쭉 뻗은 길이 너무나 길고 멀어 보였다.

......

마치 올테면 들어와보라는 것처럼 길은 도도하게 뻗어있다.

......

잠시 머뭇대며 머리를 굴리다가 차를 몰고 들어가기로 했다.

까짓!

막던져

 

 

 

 

마을길로 들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특이한 시설물이 보였다.

내려서 살펴보니..

쟤들을 우렁이라고 하나 다슬기라고 하나....논고동이라고 하나...????

양식장 시설이었다.

비릿한 물내가 코를 확 찔렀다.

 

 

 다시 길을 따라 더 들어가보기로 했다.

 

잠시 후

아!

황홀한 빛이 이런 것일까.

 

행운이다.

 

 

갈대가 같이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스스스스스스스.....

 

이쪽, 혹은 저쪽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었다.

 

 

어쩜,

하늘의 구름까지 저런 빛을 가졌을까.

당진, 이곳 초락도의 마을은

지금 내 안에 가을을 꾹꾹 채워 넣고 있다.

 

마을의 저수지.

낚시를 금한다는 안냇글이다.

ㅎㅎ낚시꾼을 끌어들이는 자태를 갖고서 내치는 저 앙칼스러운 표지판이라니....

 

마을입구로 다시 돌아오는 길 가에 쑥이 보였다.

쑥대가 길게 자라 있는데 우리가 보통 캐서 먹는 쑥과는 다른 모양이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이 이런~~

뒤에 승합차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나를 보고 속도를 늦추었다.

빵빵 거리지 않고 잠시 기다려주는 센스~~^^ 

 

초락도를 벗어났다.

이제 어디를 가나...

휴~~이런 계획 없는 드라이빙이라니.

 

그냥 이정표를 좇아서 갔다.

도비도?

이름이 도비도?

휙 방향을 틀었다.

 

공사차량이 많이 다니는 국도다.

이차선 도로지만 차량은 능숙함을 자랑하듯 쌩쌩 달렸다.

주변으로 잠시 눈을 돌릴라치면 이내 차 꽁무니에 하나 둘 차가 늘어서 있다.

....

깜박이를 켜고 갓길(갓길이라고 할 수도 없는...)에 차를 댔다.

 

 

아...여기 좋구나.

작은 언덕 밑에 빨간지붕의 집이다.

농가일까...

 

용감하게 길을 건너와 보니

넓은 평야(^^ 평야라고 해도 되나? 그냥 논이라고 해야 맞나...ㅋㅋ)가 있다.

역시 황금물결에 바람이 닿으면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쌩쌩 달리는 차들에게 그들이 앞질러 가도록 옆으로 한껏 비켜줘도 미움은 받게 마련이다.

쌩 지나가며 날리는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길이라 흘려 보나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갯벌딸기.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는 갯벌딸기..궁금하다.

 

수문이다.

대호방조제로 진입하기전에 있는데 아마 현재는 사용이 멈춘 듯했다.

 

도비도로 가는 대호방조제.

당진은 이런 방조제가 몇 개나 될까.

 

방조제의 둑 위로 올라가 바다쪽을 보니 물이 빠져 갯벌이 넓게 드러나있다. 

 

도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난지도로 들어간다.

난지도라면 한강 난지도밖에 몰랐는데...ㅋㅋ

물이 빠져서인지 헤엄쳐서 가도 금세 닿을 것 같은 거리에 난지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잔뜩 싸들고 배를 타려고 방파제로 걸어가고 있었다.

난지도에 뭐가 있을까...

유람선을 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혼자서 그것까지는 못하겠다.끙!

 

 

휘이 둘러보고 용무치방향으로 잡아서 오다보니 왜목마을을 알리는 큰 안내판이 보였다.

 

당췌.

이 당찬 당진에는 어디를 가도 안내지도 한 장 비치되어 있는 곳이 없었다.

참으로 당차다.

당차게 니가 알아서 찾아다니라 이건가?

왜목마을 입구에 있는 거대한 안내 입간판.

ㅎㅎㅎ

이건 높아도 너~~~~무 높았고

커도 너~~~~무 컸다.

고개를 90도로 꺽고 목 뒤를 손으로 받쳐 견디면서 보아도

저 위쪽의 왜목마을과 용무치항은 너~~~~무 깨알 같았다.

 

아하. 이것. 눈에 익었다.

'당진'이란 검색어에 올라온 블로그 거의 모두에 이 사진이 있었다.

견우 직녀가 만난 왜목마을이라...

 

누워있는 사람의 목처럼 보인다고 해서 와목 -> 왜목

해가 뜨는 것도 지는 것도 볼 수 있는 곳.

아마도 용무치처럼 북쪽으로 뾰죽 내밀고 있어서 그럴테지.

 

물이 빠진 바닷가에 한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

전문가 포스가 팍팍 나는데..

다가가 보니 오호라 낚지잡이 할아버지다.

저만한 낚지, 파닥파닥하고 초강력 빨판을 가진 저 싱싱한 낚지가 일곱 마리 사만 원이란다.

현금이 없는 나.

주변을 둘러보니 편의점이 하나 보이는데

같이 구경하던 아주머니 몽땅 산댄다.

OTL

 

아쉽다....

그 때 내옆으로 다가오며 "굴은 안사?" 하시는 할머니.

"만원어치만 사~~많이 줄게!"

 

 

지갑에 만 원은 있다.

"네~ 주세요."

"따라와~ 저그 가서 헹궈 줄게~"

 

 혼자서 바다를 오래 서성이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걸음걸이가 자유롭다 못해  휘청거릴 것이다.

굴 봉지를 들고 왜목해변을 떠났다.

배가 고픈데...

저 무리들 틈에 앉아 용감하게 회 한 접시에 소주를 마실 수 있는 용기는 차마 없었다.

처량하게도 찐옥수수 두 개와 음료수 한 병을 샀다.

옥수수 한 입을 우거적우거적 씹다가

휘익 차를 돌려 세웠다.

식사시간이 지난 탓에 홀이 텅 빈 도로변 식당이 나타났다.

게다가 간재미 회국수가 대표메뉴다.

 

내 넋을 빼던 황금들판과 맞먹을 간재미회국수였다.

가격 7,000원은 더욱 마음에 들엇다.

심심한 밑간을 한 국수와 간재미회무침 한 접시가 나왔다.

딱 보기에도 내 밥량을 두 배는 넘어서는 양이지만 감당하기로 하고 간재미회무침을 모조리 국수그릇에 쏟아부었다.

슥슥 비벼 한 젓가락 떠올렸다.

상큼한 초냄새와 깔끔한 고추장색에 침이 마른 입안에서 터졌다.

아효~~횡재요!

 

결국 다 먹고야 말았다.

 가느다란 들숨으로도 배가 빵 터질 것 같았다.

 

 

 

용무치항 진입로를 놓쳐 닿게 된 장고항. 

물이 완전히 빠져 고깃배가 뭍에 걸쳐져 있었다.

 

수산물 유통센터 건물이 보였다.

우럭 1kg에 13,000원....

남편이 배삯으로 70,000원을 낸다던데 ㅋㅋㅋ하루종일 노동력 따져 암만해도 밑지는 계산.

이건 낚시에 취미를 두지않는 부류의 계산일 것이다.

낚시광들은 가장 경제적인 취미생활이라고 말할테지. 한 마리만 잡아도 밑지는 놀이는 아니라고.

 

 

장고항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많았다.

어떤 이가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의 낚시바늘에 미끼를 걸어주고 "다 피해~~!!!"하며 뛰어갔다.

ㅎㅎㅎ그 일행인 남자가 힘껏 낚시대를 바다로 던져보는데 발 밑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주변에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남자들이 껄껄껄 웃었다.

 

 

구수한 냄새에 끌려 가보니

연탄불에 우럭을 구워먹고 있었다.

이곳 장고항 방파제는 돌이 크고 윗면이 평편하여 좋은 밥상이 된다.

 

 

낚시허용구간이 정해져서인지 수많은 고깃배가 그다지 멀지 않은 바다위에 총총 떠 있었다.

우럭으로 개시했고 점심으로 배에서 회를 떠서 먹는다는 남편의 메세지로 봐서

그리 실망스럽지는 않을 수확이라고 기대해본다.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점점 넓게 퍼지면서 내려왔다.

오후 5시.

 

 

용무치항이 북쪽으로 뾰죽 나온 지형이라서

물이 왼쪽에서 들어온다.

들물때를 노려 잠시 낚시대를 드리우던 사람들도 보였다.

고기는 잡지 못하고 철수.

 

 

 

 

 

드디어 남편의 일행이 배에서 내려 방파제를 걸어왔다.

저 방파제에 차를 대고 배를 타는 사람은 돌아와서 엉뚱한 곳에서 차를 찾게 된단다.

ㅋㅋ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만 실제로 많다고 한다.

 

 

남편 뒤를 졸졸 따라오는 붙임성 좋은 이 동네 백구.

낚시에 취미가 없는 남편에게 오늘 하루는 무지하게 길었으리라.

여보, 고생해뜸~~^^

궁디팡팡

 

오늘의 포획량 22Kg ÷ 일행 7명

사이좋게 나눠갖기. 무척 바람직한 룰이다. ㅋㅋㅋ

횟집에서 잡은 고기를 손질해 나누기로 했다.

무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세 덩이의 회와 매운탕거리를 받았다.

 

 

덩이의 회를 굵게 썰었다. 막회스타일~~

살만 발라서 약 1.5Kg이었는데

동생네부부와 우리, 조카들(물론 쬐끔밖에 안 먹지만...) 배 두드리며 먹고

남은 몇 덩어리는 킹왕짱 맛난 생선까스용으로 냉장고에 보관했다.

 

 

올케가 아이들이랑 맛있게 먹었다고 보내준 사진^^

 

 

 

                                                                           

 

 

혼자 다니는 걸음은 오롯이 내 호흡에 맞출 수 있어서 좋다.

멈추어 자세히 바라보는 시간도 나만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당진은 내게 뜻밖의 행운 같은 곳이었다.

그렇다고해서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여행을 하면서

뜻밖에 보석같은 곳을 찾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던 즐거움을 떠올리는 것보다

그 보석같은 곳에서 남편과 만들어낸 공감을 기억하는 것이 나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