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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핑,여행,나들이

굴업도 백팩킹, 자연속으로 퐁당 - 첫째날

 

덕적도에서 14:30분 출발하는 나래호를 타고 굴업도 도착.

작은 배라 많이 흔들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왔다.

선실은 의자가 없고 방으로 만들어져 신발 벗고 들어가 누워있는 사람도 있고,

단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우리는 선실 밖에 자리를 깔고 기대 앉아서 바다바람 실컷 맞았다.

무작정 굴업도로 가는 배를 탄 아주머니 부부도 옆에 자리를 깔고 앉으셨는데

한 숨 졸다가 보니 두 분이서 맞고를 치고 계시더라.

ㅋㅋㅋ 참 재미난 부부....

 

 

 

 

배에서 내리면 민박집 주인장들이 트럭을 몰고 마중을 나와 있다.

트럭이 세 대였는데, 집을 묻고 따지지 말고 타란다. 아무차나 타고 그냥 마을까지 가면 된다.

그러니까, 우리처럼 민박을 하지 않을 방문객도 탈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작은 섬에서 동네까지 멀어야 얼마나 멀까.  미안한 맘에 그냥 걷기로 했다.

지나가는 트럭에서 아주머니들이 환호를 지른다. ㅋㅋㅋ 재미있나 보다.

 

 

 

여기도 예외없이 선착장 부근에는 갈매기떼가 있었다.

갈매기 주려고 남겨둔 새우깡 봉지를 들고 남편이 다가가자 아글쎄...

얘네들, 후다닥 도망간다. 던져봐도 먹지도 않는다....

 

 

 

"얘네들 뭐람?" 하고 자기 입에 새우깡을 털어넣으며 남편이 돌아선다.

"아마도 쟤들 군것질은 안하나봐. 건강하겠네...ㅋ우리나 먹자."

새우깡을 부셔 먹으며 해변을 지나 마을로 걸어갔다.

 

 

 

참! 선착장의 화장실....

와우~~~

냄새나 파리 이런 걱정을 크게 하고 들어선 화장실에서 나는 감탄을 질렀다.

깨끗하기만 한가, 에어컨도 있다. 잔잔한 클래식도 흐르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문을 열면 모두 와~깨끗하다!!! 꼭 소리내어 말했다.

 

 

자, 우리 굴업도 왔어...

그런데 이정표 이런 건 없다. ㅋㅋㅋ 알아서 물어서 가야한다.

덕적도 노란관광차 가이드할아버지에게서 얻은 관광지도만 달랑 손에 쥐어져 있는 우리...

지도가 너무 대충 그려져 있어서 알 수가 없다. 좀 더 공부하고 왔어야 하는데....

일단, 사람들이 가는대로 가자.

우리 앞에 백팩킹 차림의 남자가 혼자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갔다.

해변을 왼쪽으로 두고 트럭과 그 솔로남이 가는 방향으로 가서 대략 십분 정도 걸으니 민박집이 보였다.

대략 대여섯채 되어 보이는 집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민박집 사이를 지나 나오면 오목한 큰말해변이 있고

왼쪽에 토끼섬, 오른쪽끝으로 개머리언덕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이것도 다음날 알게 된 것이다.

어디로 가야하나 하고 둘러보니 해변 오른쪽 끝으로 걸어가는 솔로남이 보였다.

무작정 따라 가서 "이리로 가면 야영하는 곳이 있나요?" 물어보니 너무너무 힘들어하며 그 솔로남이 "올라가면 많아요." 한다.

"토끼섬도 이쪽으로 가면 있나요?" 물으니 "예" 한다.

헐~~~그 솔로남이 내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었을까...

 

해변 반대쪽 끝에 보이던 섬이 토끼섬이었다.

거길 꼭 가야하는데 놓친 것이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네시경인데 그때가 썰물이라 토끼섬까지 모랫길이 드러나있었다. 그런데 그걸,,,,어엉~~~

 

 

지도에서 보면, 출발(선착장)  → 경유 (마을, 큰말해변) → 도착(개머리언덕 끝 야영지) 이다.

지도 기준으로 큰말해변의 오른쪽 끝에 떨어져 있는 섬이 토끼섬이고, 해변 왼쪽 끝으로 가면 개머리언덕으로 오르는 입구가 있다.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길.

이 길에 오르는 초입부에 철조망이 처져있고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사유지....미리 알려라....사진촬영하니 응해라...."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우리 "뭐라카는거고... "이러면서 패스~했다. 아마 이 섬을 개발하려던 그룹에서 붙여놓은 것 같다.

왜!!! 좋은 걸 보면 소유하려하고 사업적인 계획만 세우는지...그냥 좀 내버려 두면 안되는거임????

 

돌아와서 본 다른 블로그나 카페글을 보면 싱강이가 있기도 하고, 청소비로 마을에 만 원을 내기도 했다는데

휴가철 지난 한산한 때라 느슨해 진듯하다.

 

 

주변에 강아지풀같은 억새가 펼쳐져 있고 사람의 발에 다져진 좁은 길이 가운데로 길게 이어져 있다.

반바지를 입고 걸어가기엔 종아리가 많이 쓸려 조금 가렵고 따가웠다.

그래도 이까이꺼...했는데....남편은 풀에 베어 피가 나기도 했다.

 

 

 

 

발을 내딛다 깜놀.

이게 여치야 무어야?????

얼마나 큰지...그런데 퍼드덕 날아 도망가지 않는다....뭐하는게야? 얼음? 죽은척?

자세히 들여다보니....땅속에 알을 낳고 있는 것 같다.

몸통끝을 땅 속에 묻고 꿈쩍도 않는다. 내가 가까이 카메라를 들여대니까 옆눈으로 흘깃하고 움찔하긴 하는데....

아무튼 저렇게 멈추고 있다. 목숨을 걸고...

서둘러서 뒤이어 오는 사람들이 여기 닿기 전에 그 일을 끝내려무나....

 

 

 

 

 

정확한 시간을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섬 끝에 다다른다.

두 번 정도의 가파르지만 짧은 오르막을 제외하면 평탄한 능선길이다.

 

 

 

주변 풍경에 감탄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무언가 우리를 지켜보는 느낌이 팍 들었다.

어, 뭐지? 하고 살피는데 살짝살짝 움직이는 무엇.....

아~~!!! 노루?

눈으로 잘 안보여 카메라렌즈를 좍 당겨 찍어보았더니.....얘들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를 보고 있다. ㅋㅋㅋ깜찍한 것들, 너네가 지금 순찰중인거니?

 

 

 

 

완만한 언덕이 계속 이어진다...........

이게 끝인가 하고 언덕봉우리에 서면 뒤에 또 하나가 두둥.....아~~~우리가 제대로 가고는 있는걸까...

이때까지만 해도 이 끝에 토끼섬이 있다고 생각했으니....ㅉㅉ

 

 

 

 

 

우와~~쟤들 언제 저기로 갔지? 했더니.....여럿 있나보다...

저질시력의 나, 남편에게 거듭 물어봤다.

"여보. 저거 노루 맞지? 혹시 야생의 무서운 동물은 아니겠지?"

그리고...둘 다 속으로 천적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망상을 했지만, 그런 말은 들은적이 없었다며 안심.

하긴, 노루 얘기도 못듣긴 했지.... 

 

 

 

굴업도가 화산섬이라서 그런지 군데군데서 제주아일랜드 냄새가 폴폴 난다...

이번 여름 제주아일랜드 가고 싶었는데 여기가 거기라고 여기자.

 

 

 

 

얘네들, 노루가 아니라 꽃사슴이란다.

이전 이장이 30마리 풀어 방목했는데 지금은 야생으로 약 200마리가 된다는데....

몸값이 제법 나간다. 가끔  포수가 와서 뭍으로 데려간다니 얘들의 천적은 호랑이쯤이 아니라 총?

우리가 쳐다보면 지들도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ㅋㅋ누가 누굴 구경하는건지...

 

 

 

 

굴업도 서쪽 끝, 오후 다섯 시의 그림자...

 

 

 

 

섬끝에 와서 보니 여기엔 토끼섬이 없다는 걸 알았다.

아~~~해변 끝에 있던 것이 토끼섬....오후 네시가 간조였으니 내일 새벽 세시?....그럼, 우린 토끼섬엔 못가는....

 

 

 

 

햇볕이 참 좋다.

살갗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포근하다. 게다가 아무도 없으니 남편이 이러고 텐트를 친다.

 

 

 

 

슬럼버트렉 파라곤 1~2인텐트다. 백팩킹용으로는 정말 저렴한 가격의 텐트다.

126,200원......좀 나가는 넘의 반에 반에 반값...ㅋㅋㅋ

그런데 쓸만하다. 맘에 든다. 가성비 짱!

무게 2.5kg,  색상 산뜻, 전실 2개, 양옆으로 문이 있어 환기 잘 되고 드나들기 편하다.

 

 

 

슬럼버트렉 텐트 살표보기.

오렌지와 초록색의 조화가 산뜻하면서 경쾌하다.

설치 간단하고 무엇보다도 뻥 뚫려있는 게 젤로 마음에 든다.

 

 

 

또, 전실이 꽤 크다.

1,2인 텐트라 둘이 누우면 그닥 여유공간이 없는데 베낭과 신발을 두기에 충분하다.

비 올 때 요리도 가능할 정도겠다.

그래도 작은 타프를 하나 마련해야 하겠다.

 

 

 

마치, 슬럼버트렉 화보촬영 중인듯....

풀밭에 설치하니깐 보호색 같기도 하고ㅎㅎ 이걸 "조화로움"이라고 해줄까?

 

 

 

R2B?

하늘로 제트기가 쭈욱 올라가며 하얀 꼬리를 뽑아 내고 있다.

 

 

 

 

텐트치고 놀고 있는 사이 조금 떨어진 위쪽에 솔로남의 텐트가 자태를 드러냈다.

혼자 엄청난 무게의 베낭을 메고 올라오면서 무척 힘들었는지 우리보다 한참이나 늦게 왔다.

흠....블랙다이아몬드....이쁘군....

저 사람의 목표지가 저곳이었을까..아니면 우리한테 밀린 것일까...

 

 

 

 

민박집에 짐을 풀고 올라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햇빛에 누워 가슴팍을 태워보겠다던 남편의 다부진 꿈도 허사가 되었다.

해가 지기 전에 민박집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잠시 사진을 찍고 머물다가 떠났다.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도 식사를 마쳐야 한다.

첫 백팩킹을 나서면서 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있는 대로 간단하게 챙겨왔다.

후라이팬이 없어 코펠 바닥에 호일접시를 깔고 채끝살을 익혀 먹었다. ㅋ 이건 뭐 샤브샤브?

드디어 삼겹살, 너 얼마만에 보냐...

 

 

음식으로 베낭무게를 늘리지 말자던 우리,

햇반 하나, 라면 둘, 고기 600g, 밑반찬 약간, 야채 조금....과 소주 2병.

햇반과 라면 하나는 내일 아침거리.

배 두드리며 먹는 캠핑을 하지 말자고 했지만.....그랬지만....우리 너무 줄인거 아닐까...

 

 

 

한 대 꿉겠다며 멀찌감치 앉은 남편....

이런 오지는 생전 처음이라면서 정말 좋아한다.

시끌벅적 산만한 함허동천 같은 캠핑은 다시는 안하고 싶다던 남편... 그가 아직 떠나지도 않은 이 섬을 또 오자고 한다.

 

 

 

낙조... 노을...

둘 다 부르고 쓰기에 이쁜 단어다.

 

우리 둘다 부산이 고향, 여명의 붉은 하늘은 많이 보았다. 동틀 때 붉음은 잠시다. 두근거림도 잠시다.

해는 이글이글 타면서 주변 하늘을 밝히고 금새 붉은 빛을 잃는다. 그리곤 눈마저 부시게 해서 더는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노을은 참으로 다른 느낌이다. 오래오래 바라보도록 시선을 잡아끈다. 자신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동안 흔적을 남긴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처연해지고, 감정에 따라 눈물이 솟게도 한다.

 

 

 

부부가 말없이 밥을 먹을 때는 괜히 다툰 것 같다.

말없이 차를 타고 갈 때는 일부러 손가락 끝이라도 닿게 한다. 운전하니까 앞을 보고 있지만 옆사람도 신경쓰고 있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노을 앞에 앉아서는 아무 말 안해도 다툰 것 같지도 않고, 손을 잡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

 

 

 

 

해가 똑 떨어져 어두워지기 전에 주변을 휘이 둘러보았다.

먼 하늘도 노을빛을 받아 오묘하다.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난 후 꽃사슴 가족이 무더기로 나와 저녁식사를 한다.

쟤들 물은 어디서 마시지?

사실 우리가 물을 챙기지 못해 걱정이 되었다. 500ml 생수 세 통...목만 축일 정도로 홀짝홀짝....ㅠㅠ::

 

 

 

쌓여 있는 돌들 참 신기하다.

게다가 끝에 떨어져 있는 저 바위의 정체는 뭘까...

내 눈엔 강아지 모양인데......

 

 

 

 

새끼 손가락만 편 주먹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다음날 아침에 민박집 근처에서 덕적도관광차 일행 중 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가 새끼 손가락만 편 주먹을 만들어보이면서 "이거 봤어요?" 하고 물었다.

"아뇨...그게 뭐예요?"

"에이~~이거 못봤으면 헛 갔다 온거네...."

'음....이 아저씨, 살짝 미운....'

 

그랬던 그 바위가 이것이다.

한 번 박힌 인상이 변하기 쉽지 않은 탓인지...지금 봐도 강아지 모양이다.

 

 

 

해가 넘어갓다...저렇게 사라진 해가 떠오르는 모양으로 지구 어디쯤에선 보여지겠지... 거기가 어디일까?

12시간 시차 있는 나라일까? 그럼 딱 반대쪽?

(글쓰면서 찾아보니....이런 걸 대척점이라고 하는데 우루과이란다....)

 

어두워지면, 자야한다.....

빈 속에 들이킨 소주 탓인지, 피곤 탓인지....잠이 별과 함께 쏟아졌다.

 

 

여덟 시쯤 잠이 들어 한 참 자고 깨어 시계를 보니 허걱~ 한 시!

어쩌라구....

다시 잠들어야 해..더 자야해....고통이다라고 생각이 들 즈음 다시 잠이 들었다.

 

겨우 든 잠이 깼다. 모기 때문에...

텐트 안이 너무 덥다고 남편이 모기장도 다 열어젖혔다.

모기에게 물리는 것 보다 더위가 더 힘들다고....정말 그래?  (지금 우리 모기 물린 데가 덧나서 약까지 먹고 있다....)

선선하게 불어주던 바람도 멈추고 어찌나 후덥지근하던지...

 

역시나 새벽에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둘째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