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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핑,여행,나들이

굴업도 백팩킹, 자연속으로 퐁당 -둘째날

첫째날이야기

 

 

일곱시. 두두둑 떨어지던 빗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주변도 밝아졌다....

모기는 새벽에 미친듯이 식탐을 냈고, 몇은 도저히 날개짓도 못할 만치 배를 채워서 텐트 구석에 죽은듯 붙어있었다.

저넘들....보복을 했다. 선혈...괘씸한...

 

실은 모기보다 남편이 더 미웠다.

덥다는 이유로 나를 모기에게 고스란히 노출시키다니...

심통을 부려댔다. 그만 일어나 내려가자. 섬 반대쪽도 가야지 라고도 하고,

물 없으니 라면도 못 끓여, 빨리 가서 아침 먹자. 라고도 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짜증을 쏟아냈다.

 

아,,,,,뭐람,,,,,

어제의 그 황홀했던 이 곳이 지금은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아니다. 장소가 무슨 문제가 되었을까...

모기에게 뜯긴 곳의 가려움과 후덥지근한 날씨에 끈적이는 몸이 문제였고

그리고 숨고르기에 실패한 내 성질머리가 또한 문제였던 거지.

 

짐정리를 하면서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습기가 사라진 아침바람이 불고 있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덟시.

언덕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잎이 더 생생해지고 힘차 보였다. 밤새 한 뼘은 자라버린 것도 같다.

종아리에 닿는 물방울들이 타고 흘러내려 신발이 금새 축축해졌다. 차라리 시원하다.

굴업도 트래킹은 가벼운 운동화 정도면 충분하다. 여름에는 물빠짐이 되는 가벼운 아쿠아슈즈나 샌들도 무방할 것 같다.

 

가을 들판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남편과 다시 오기로 했다.

그 땐 모기도 없을 테고....더위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되돌아보면서 솔로남의 텐트를 찍어보았다.

그림같다.....

저 그림같은 풍경을 보면서 우리가 나눈 대화.

"저 사람은 더워서 어떻게 잤을까? 꽉 막혀있는데?"

"글쎄..."

 

 

 

역시 토끼섬으로 가는 길은 열려있지 않았다.

개머리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과 해변...

 

 

 

해변을 따라 걸어서 마을입구로 갔다.

해변에 텐트가 두 동 보이고 마을은 아직 조용하다.

 

 

해수욕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다.

너무나 반가운 물.  수건을 적셔 몸을 닦고, 머리를 헹구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날아갈 것 같다.

다시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물에서 얻다니...ㅋㅋ이래서 생명의 물이라고 하는구나.

 

남편이 라면죽을 끓여준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에서 봤다면서....라면을 다 부셔서 넣고 스프는 반만,

거기에 햇반을 하나 넣어 보글보글 끓이니 진짜 라면죽이다. ㅋㅋㅋ맛있다.

다른 블로그나 사람들 말에 의하면, 민박집에서 밥만 먹을 수 있댄다. 6,000원 한 끼. 킹왕짱 맛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린 라면죽이면 됐다.

음식에 욕심 버리고, 절대 배를 가득 채우지 않기로 한 초심을 잃지 않기로 했다.

아~~!! 이 무슨....되먹지 않은 미련한 결심이었는지....

다들 민박집 정식에 감탄을 보내지 않더냐.. 담번엔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

 

 

 

마을 초입에서 바라보는 민박집들....

 

 

 

마을 골목이 시작되는 왼쪽에 흰색 집이 있어서 민박집인가 하고 보니

천주교 인천교구의 굴업도공소다.

그 시간이 열시즈음이었으니, 육지의 성당에서도 미사가 있을 시간, 공소 안에서 성모송을 외는 소리가 제법 컸다.

신부님은 안계시고, 이 마을에 신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내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아마, 관광객들인듯....

실내는 들여다 보지 못하고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만...

ㅎㅎ다녀와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더 굴업도를 알아 나간다.

 

 

마을입구에 있는 굴업도민박.

 

 

그 다음으로 보이는 고씨네 민박.

 

 

굴업민박.

사람들이 안보이는 걸 보니, 섬 여기저기 흩어져 다니는 모양이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이외에도

유명한 장할머니민박도 있었는데 거기가 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쩝~~

 

 

 

 다시 선착장방향으로 나오는 길에 숲길을 하나 봤다. 입구에 생명의 숲 상을 받았다고 한다..

전날 덕적도에서 본 전통마을숲상 비슷한 것인듯.

호젓한 숲길을 5분 정도 걸어 오면 돌계단이 있고 선착장 가는 길과 이어져 있다.

깊은 호흡을 하면서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숲에서 나와 선착장 가는 포장도로로 내려서자 눈 앞에 펼쳐진 모습.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걸까...갈매기들...

 

 

 

목기미해수욕장이라고 불리는 모랫길을 따라 건너서 코끼리바위를 보러가기로 했다.

라면죽을 끓여 먹으면서 근처에서 짐을 꾸리고 있던 관광객에게 물어보았다.

"저희 12시 40분 배를 탈 건데요. 섬 반대쪽 가려는데 볼만한 것 있을까요?"

"저 반대쪽에 코끼리바위가 있어요. 거기 다녀올 시간은 충분하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코끼리바위라....처음 듣는데? ㅋㅋㅋ 우리 굴업도 공부하고 온 거 맞아???

 

 

 

전봇대다....

태풍으로 모래에 반이 묻혔다는.... 그 전에는 건너편 산밑에도 작은 마을에 5가구 정도가 살았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전기줄도 연결이 다 끊어진 채 모래에 반몸을 묻은 전봇대만 줄지어 서있다.

무거운 베낭을 벗자. 버린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 들고 가더라도 찾게 되어있는 섬이 아닌가.

 

 

출발(목기미해변 입구) → 경유 (코끼리바위 찾아서 연평산 쪽으로 감) → 도착(코끼리바위)

 

 

 

 

목기미 해변의 모습.

바다를 가르고 있는 모랫길.

물이 고요하고 맑았다. 발을 담그고 걷기에 참 좋았다.

산길을 걸으며 풀잎에 쓸렸던 종아리가 따끔따끔하면서 힐링되는 것 같다.

 

 

 

코끼리바위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막막했다.

ㅋ이런 경우라니.... 망설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보인다. 앗. 반갑다.

저기에 뭔가가 있나봐, 가보자....

 

또 풀숲으로 난 좁디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날파리떼를 만났다. 군데군데 몇 무더기 때문에 코와 입을 막고 연신 손사래를 치면서 걸었다.

아!

이런 거대한 거미줄이라니....

땅만 보고 걸었다면 얼굴에 그대로 뒤집어 쓸뻔햇다.

 

 

 

 

한참 가다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도대체 그넘의 코끼리처럼 생긴 바위는 어디에 있단 말이야?" 하면서 걷다가 돌아보다가를 몇 번.

 

남편은 내가 다 알아보고 온 줄 알고 있었을 텐데 나보다 더 황당했을 거다.

뭐 어때. 길 잃어버릴 것도 아니고 가다가 찾으면 보고 아님 말지 뭐 이러고 걷던 남편이 말했다.

"아까 오다가 보니 큰 바위가 하나 떨어져 나와있던데 그거 아닐까?"

"고뤠? 그럼 돌아가자."

그러고 오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해변 발견.

그리고 보니까, 코끼리 모양의 커다란 바위다.

 

 

 

 

작은 해변, 모래도 곱고 물도 잔잔하고 좋다.

주변에 밀려온 쓰레기만 아니면 여기서 텐트를 쳐도 좋을 것 같다.

등산을 하고 내려온 남자들은 바다에 들어가 헤엄을 치며 몸을 식히고 있었다.

남편, 바다를 보며 입맛을 다진다. 들어가고 싶은 게야?

들어가버려.그럼.

 

 

 

나도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샤워장도 없고 여분의 옷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

발만 담그고....부러워 하면서....

 

 

 

 

배 시간에 맞춰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갈매기들이 아직도 무리를 지어있다. 갈증이 날까봐 먹지 못한 건빵을 던져주었다.

한 넘의 용맹스런 갈매기가 와서 발끝으로 채가자 머뭇거리던 갈매기들이 바다위에 다 내려와 앉았다.

 

 

 

섬을 잘 알고 찾는 것과 무턱대고 찾는 것...

차이가 있을까. 뭘까.

굴업도를 가기 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본 것으로 굴업도를 알고 간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다녀온 후에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을 보면 잘 이해가 된다. 이젠 굴업도가 머리 속에 좌악 펼쳐져 있는 듯하다.^^

부족하고 놓치고 있다면 또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다 알고 갈 필요는 없다.

굴업도, 언제 닫힐 지 모른다는 말에 괜히 내가 조급증을 부린 것이다.

 

그리고, 이글을 포스팅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부부가 백팩킹을 시작한 것은 어디 구석구석을 빼놓지 않고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걸 깜빡했다.

자연 깊숙히 들어가 머물면서 내 숨소리를,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오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말자.